cacto19th 2020. 4. 5. 15:11

생생할 때의 모습

 

선물 받은 식물이었다.

잎사귀가 눈이 내린 것 같아서 지어진 이름인 초설과 싱고니움이다.

초설은 전에 죽여본 이력이 있고, 싱고니움은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더구나 둘 다 매일 조금씩 줘야 하는 것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선물이니까.

잘 키워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19년 겨울이 지났다.

일찌감치 안으로 들여놨지만 창가에서 스멀스멀 느껴지는 한기가 불안했다.

제일 창가와 가까웠던 싱고니움은 그 한기를 정면으로 버텨야 했었다..

너무 추웠던지 점점 시들어갔다.

 

겨울 관수는 늘 어렵다.

물을 거의 안 주다시피 했지만 한번 잘못 주면 끝이 난다.

잎사귀가 다 떨어졌다.

줄기가 흐물흐물해졌다.

또 다시 겨울을 넘기지 못한 친구가 늘어갔다.

 

 

봄이 다가왔다.

겨울을 보내려고 화단 정리를 하였다.

화분을 감싸던 뽁뽁이도 다 버렸다.

이제 새로운 봄햇살이 친구들의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초설과 싱고니움을 보내주려고 했었는데 놀랍게도 아직 생명이 끝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악착같이 살아남은 싱고니움은 조그마한 초록빛으로 그 생명의 신호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름다운 잎사귀가 다 떨어진 초설의 가지는 앙상했지만 줄기는 아직 죽지 않았다.

 

재활치료 중

 

새로운 생명의 태동이 될 것인지

아니면 꺼져가는 불씨가 될 것인지는 모른다.

 

오늘내일하는 친구들이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새로운 초설 2세와 싱고니움 2세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