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보고서/생장일기4 곡선과 직선 - 한 몸통 두 아이의 탄생 이사는 사람에게도, 식물들에게도 고단한 일이다. 대부분의 식물들(싱고니움과 초설 제외)은 잘 적응했고, 겨울도 잘 났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친구들은 환경의 변화를 몸통 그대로 받은 친구의 이야기이다. 이사를 올 때에 나는 택시를 잡아서 식물들을 먼저 옮겼다. 이사 갈 집에 먼저 가서 식물들을 조심스럽게 옮겼었다. 동선을 생각해 화장실에 옮겨놨다. 밖에 빼놓고 싶었지만 집주인이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차선의 선택을 했다. 불안했지만 출근을 했고, 돌아오니 집은 난장판이었지만 대강의 구조는 잡혀있었다. 오자마자 식물들을 살폈다. 대부분 아이들은 옮겨놓은 그대로였지만 꼬부랑 선인장이 반토막 나있었다. 순간 짜증이 몰려왔지만 진정하고,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이 아이를 살리리라’ 사뭇 진지하게 빈 화분에.. 2020. 5. 4. 용심목 일기2 1 반가워, 용심목! 용심목을 처음 데리고 와서 제일 먼저 한 것은 '흐믓하게 보는 것'이었다. 사실상 선인장을 키울 때에는 조급해해서는 안된다. 식물마다 저나름의 생장속도가 있는 데 나의 기준에 맞추어서는 안된다. 가령 ‘앞집은 벌써 꽃폈다던데 왜 우리집 애는 왜 꽃을 안필까’ 라는 식으로 조급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나의 식물의 속도에 맞춰서 지켜보는 것이 더 낫다. 애탄다해서 더 빨리 자라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2 관수 그 당시 일은 교대근무가 잦았다. 밤에 끝날 때가 많아서 퇴근 후에 물을 주곤 했었다. (사실 밤에 물을 주는 것은 안좋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만에 용심목은 생장을 하였다. 아래로 갈수록 얇아지는 모양에서 키가 커져 조금 길쭉해진것이다. 나의 관수 주기는 .. 2020. 3. 19. 용심목 일기 1 3년 동안식물을 팔고, 내가 직접 키우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식물을 '잘' 키우는 공식은 없다는 것이다. 흔히들 '안 죽이는 법' 이나 '잘 키우는 법'을 물어본다. 절대로 식물을 안 죽이고, 아름답게 키우는 일종의 마스터 키를 물어보는 것이다. 통상적인 말을 하곤 한다. '물 잘 주시고요,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키우세요.' 교과서적인 말이다. 나 같아도안 믿을 것 같다. 그런데 진짜로 물만 잘주고, 통풍만 잘되면 대부분의 식물은 잘 산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손님들 중에서 대성한, 자식같은 식물들을 자랑하시는 분들도 꽤 있었다. 그리고 손만 데면 귀신같이 식물을 죽여서 매주 식물 사러 오시는 분들도 있었다. 소름 끼치게 이 n극과 s극 같은 두 부류는 공통점이 있다. 곧잘 키우는 분들은 대게 식물학.. 2020. 3. 14. 반려식물 이야기 2017년 나의 첫 화단이 생겼다. 당시 일하던 곳에서 식물을 취급했던 터라 쉽게 식물을 접할 수 있었다. 식물을 키워본 경험이야 있었지만 직접 내 손으로 키우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나에게 큰 재능은 없었지만 3년간 식물을 키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플랜트 킬러로써 많은 식물을 떠나보냈기도 했었다. 하지만 식물의 특성을 알게 되고, 식물의 접합한 환경을 만들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식물의 생장을 지켜보는 일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사 후 나는 두 번째 화단이 생겼다. 처음 식물을 키운 지 3년이 지났고, 많이 정리(?)가 된 상태이다. 예전 집에 비하면 단출해졌지만 그래도 그동안 시간 동안 나와의 합이 맞는 아이들만 남은 결과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동안 내가 겪은 시행착오들을 나누.. 2020. 3.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