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자반응비평이란
독자반응비평은 그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한 비평이론이다. 문자 그대로 문학텍스트에 대한 독자 반응에 초점을 맞춘다. 이때에 독자의 반응이 텍스트의 의미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제한적이거나 한계점을 보이게 된다. 즉, 텍스트에 관한 독자의 반응이 불충분한 반응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고, 다른 독자의 독자반응보다 충분치 않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본인의 반응을 드러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독자의 반응까지 분석할 수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동일한 독자여도 다른 독자반응비평이 나올 수 있다. 동일한 텍스트를 여러 번 읽을 때에 발생하는 이러한 현상은 독자반응비평의 독특한 특징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집에 관한 글을 읽는 다 할 때, 집을 살 목적으로 읽는 것과 집의 물건을 훔치기 위해 읽는 것은 다른 의미로 글을 보게 한다. 이 경우 전자와 후자는 다른 목적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독자라 하더라도 다른 비평을 낳게 한다. 이러한 방식은 신비평의 텍스트 비평과는 다른 결과를 보인다. 신비평은 텍스트의 완전성을 주장하기에 동일한 비평이 나올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독자반응비평에서 텍스트를 읽을 때에 독자의 반응을 뺄 수가 없고, 그 텍스트의 의미는 독자의 반응과 함께 추론되는 것이다. 이때에는 의미와 해석의 분리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비평과정에서는 텍스트 안에서 능동적으로 의미를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독자를 전제로 하고 있다.
텍스트는 물질적으로 존재하는 단일한 물체이지만 이를 읽는 독자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독자반응비평의 범위는 넓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양한 독자반응비평들이 존재하는 데 대표적인 독자반응비평으로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상호거래적 독자반응이론, 둘째는 영향 문체론, 셋째는 주관적 독자반응이론, 넷째는 심리적 독자반응이론, 다섯 째는 사회적 독자반응이론이다. 이렇게 분류된 다섯 가지 독자반응비평이론들은 서로 대립하는 지점이 있기도 하고, 서로 공유하는 지점이 있기도 한다. 전혀 다른 이론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경계가 모호한 상태로 존재한다.
2. 상호거래적 독자반응이론
상호거래적 독자반응이론은 텍스트와 독자 사이에 거래가 있다는 관점에서의 비평을 말한다. 텍스트는 지면에 활자화된 것이기에 독자가 개인적인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텍스트는 하나의 청사진으로서 독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독자는 텍스트에 의해서 자기교정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대표적인 문학 텍스트로는 시가 있다. 따라서 이 때에 텍스트와 독자 간의 상호방식은 심미적일 수 밖에 없다. 심미적 방식은 텍스트와 독자가 개인적인 관계로서 몰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념들의 창고로서 텍스트가 존재하고, 그 창고 안의 것들에 몰입하는 방식의 원심적 방식과는 차이를 가진다.
볼프강 이저는 텍스트가 확정적 의미와 불확정적 의미로 나뉜다고 말하고 있다. 전자는 플롯과 묘사된 사건 같은 활자화되고 명시된 사실들을 의미한다. 후자는 텍스트의 내부 틈새 속으로 들어간 독자가 자기만의 해석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때에 텍스트는 이 과정을 허락하거나 유도하는 역할을 가진다.
이렇게 확정된 의미와 불확정된 의미의 상호작용 속에서 독자는 끊임없이 반응하게 된다. 그 반응은 독자의 혼란을 야기하고, 결국 텍스트가 독자를 이끌어 가게 된다.
3. 영향 문체론
정서적 스타일 관점에서의 독자반응이론을 뜻한다. 텍스트는 공간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존재하는 사건이 된다. 텍스트를 순차적으로 읽을 때에 일어나는 경험을 비평적으로 서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에 비평가들은 텍스트를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실체로서 보지 않는다. 독자와 무관한 존재로서 고정된 의미를 갖지 않는 다고 본 것이다. 스탠릭 피셔의 유다가 스스로 목을 메었다는 것에 관한 예시(376p)를 통해서 보면 ‘이 문장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이 없음을 지적한다. 이는 이 예시의 문단 안에서는 그러한 질문의 답이 될 만한 사실을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는 이 텍스트 안에서 스스로 목을 메었다는 정황 정도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독자가 이 문장을 읽고 어떻게 의미를 만드는 가?’로 질문을 바꾸었을 때에 얻을 수 있는 답은 훨씬 다양해짐을 알 수 있다. 텍스트 자체가 답이 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작은 부분들이 독자의 해석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유다에 관한 텍스트를 통해서 독자는 확실성을 기대하지만 오히려 텍스트가 불확실성을 야기하면서 독자들의 완전히 다른 참여를 유도하게 된다. 독자들은 성경의 무오성과 같이 확실성을 기대하면서 읽기를 계속하지만 확실을 약속하는 듯한 말들(‘단언’, ‘엄밀’, ’뒤집어엎는’)과 그 약속을 철회하는 말들(‘~지만’, ‘그러나’, ‘있을 법하지 않은’) 사이에서 불확실성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텍스트 속에서 추정된 결론에 대해 콤마나 점과 같은 사소한 부분들과 하나의 단어의 사용에 따라 의미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읽기 과정에서 텍스트의 의미는 텍스트를 읽은 나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경험과 그 경험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나의 경험 자체가 의미가 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의미와 해석이 분리될 수 없다.
퍼즐 맞추듯이 정해진 읽기 반응이 아니고, 텍스트의 작은 단위의 구성요소에도 독자의 읽기 과정에서 독자 내부의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독자가 얼마만큼 꼼꼼하게 읽는 지에 따라 그 내부적인 영향이 달라지게 된다. 이때에 텍스트 읽기는 불확실성을 생산하는 읽기 행위가 된다. 텍스트 읽는 경험을 조명하고 조밀하게 성찰하게 만든다. 즉, 그 과정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으로 텍스트가 사라질 수 있게 한다. 자연스럽게 의미의 주체가 텍스트에서 독자의 반응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4. 주관적 독자반응이론
주관적 독자반응이론에서는 독자들에 의해 기록된 반응이 텍스트가 된다. 이때에 비평가들의 분석대상도 문학 텍스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다. 독자들의 해석 속에 텍스트가 다 담겨 있다고 본다.
데이빗 블라이히는 인쇄된 지면이 실제 대상이라고 보았다. 읽기는 상징화 과정이 된다. 독자의 텍스트 경험이 독자로 하여금 내부로부터 설명하고자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데 이것을 재상징화라고 한다.
주관적인 독자비평은 모든 지식이 주관적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인식된 것이 인식한 사람과 분리될 수 없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또한 객관적 진리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부활이라는 믿음은 부활을 믿는 특정 사람들에게 국한될 수밖에 없다.
이때에 가장 조심해야하는 것은 독자지향적 반응진술이다. 자칫 자신의 읽기 경험에 관한 논의가 자기 자신에 대한 논의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지향적 반응진술을 지양하고, 경험지향적 반응진술을 지향해야 한다. 경험지향적 반응진술이란 텍스트에 대한 독자 반응을 논의하되 텍스트의 특정 부분에 독자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그것과 관련된 연상을 묘사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반응 분석을 진술할 때에 텍스트 상의 특정한 요소와 개인의 특정한 반응에 대한 철저한 고찰을 낳게 된다. 주관적 반응은 이러한 과정으로 새로운 단계의 지식을 창조해낸다. 참여적인 지식을 얻게 한다.
5. 심리적 독자반응이론
심리적 독자반응이론은 독자가 읽기 경험을 통해 해석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심리적 반응에 집중한다. 즉, 심리적 반응기제나 금기와 같은 반응들을 말이다. 텍스트를 읽을 때에도 이러한 심리적 반응이 일어나기에 그 반응을 읽어내는 과정이 중요해진다. 일상적으로 의식하지 못한 것들이 텍스트를 읽을 때에 일어나는 독자 내면의 방어기제와 트라우마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시도가 된다.
텍스트를 읽을 때에 심리적 반응이 일어남은 독자들의 동기가 그들 자신의 읽기 경험에 커다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반감을 가진 독자라면 텍스트 안에서 같은 상황이 묘사된 부분에서 심리적 반응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차 사고에 관한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은 독자라면 차사고가 묘사된 텍스트에서 무의식적으로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독자들의 동기가 그들 자신의 읽기 경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에 텍스트에 대한 인간의 방어기제를 추적하면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텍스트에 대한 대응방법은 치유의 형태나 잘못된 것을 고칠 수 있는 식으로 발전될 수 있다. 심리적 반응이 선입견이나 트라우마에서 발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의 긍정적인 면이나 부정적인 면은 욕구와 욕망을 억압하면서 만족을 느끼는 형식이나 해소하면서 충족감을 느끼는 형식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의 모든 상황에서 정체성을 투사할 수 있게 된다.
독자 내면의 심리에서 작동하는 욕구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해석작업을 살펴보는 것은 독자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해석의 방식이다. 홀랜드에 의하면 이러한 심리적 반응은 세 가지 단계로 나눠지는 데 첫째는 방어단계이다. 이때는 텍스트를 읽고 방어기제가 발현이 되는 단계이다. 둘째는 환상단계로 억압의 형태로 욕망을 만족시키는 단계이다. 셋째는 변형단계이다. 방어기제와 환상이 일으키는 불안과 죄의식이 텍스트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지 않더라도 심리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텍스트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피하고자 지적인 차원에서 텍스트를 해석하게 된다. 사실상 지적인 해석이 감정적 대체에서 비롯됨을 무시하는 셈이 된다.
6. 사회적 독자반응이론
사회적 독자반응이론에서 독자의 반응은 해석공동체적 산물이다. 우리가 해석하는 것은 우리가 속한 집단적인 성격의 이해 반응이고, 그로 인해서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블라이히가 공동체가 텍스트를 읽고 나서 벌이는 협상으로 새로운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본 것과 다르게 피쉬는 공동체가 이미 소속된 해석 공동체들의 다수성에 기반을 둔 해석이 처음에 텍스트를 읽는 방식을 결정한다고 보았다.
피쉬에 의하면 우리의 모든 문학적 해석은 텍스트를 읽을 때 우리가 가져오는 해석 전략들의 결과물이 된다. 이러한 논리에 의해 한 사람의 독자 또는 독자 집단이 시를 해석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주어진 텍스트가 시가 아니더라도 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를 해석하는 방식은 텍스트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대면하기 전부터 우리 안에 자리매김한 해석 전략안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집단이 형성한 해석에 대한 방식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된다.
이러한 사회적 독자반응이론은 새로운 차원의 비평 방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요점은 어떠한 해석이나 어떠한 형식의 문학비평도 텍스트 내부의 무언가를 밝힌다고 볼 수 없음에 있다. 각각의 해석들은 공동체 안에서 발현되는 해석 전략들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독자반응이론은 텍스트 내부의 무언가를 드러내 보여 준다는 이유로 특정한 읽기 방식을 고수하는 것을 지양한다. 처음부터 하나의 방식이 옳다는 식에서 벗어나 독자 스스로가 해석 전략을 선택하는 데 책임감을 가지도록 독려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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