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조란
구조주의 적업은 구조라는 말의 사용과는 상관이 없다. 건물의 물리적 견고성과 미학적 가치를 알아내고자 건물의 구조를 점검하는 행위보다는 건축의 기계적 원칙과 예술적 형식물, 건물들의 기본원리와 관련지어서 모든 건축의 물리적 구조를 점검하는 과정이 구조주의 작업이라 말할 수 있다. 즉, 하나의 건물의 구조가 어떠한 구조체계 속에 있는지 살펴보고 하는 과정 말이다. 구조주의적 작업의 첫쨰는 하나의 구조적 분류체계를 만드는 작업이고, 둘째는 그 하나의 개별적 양상이 특정한 구조적 범주 속에서 어떠한 양상을 보이는지 살피는 작업이다.
2. 구조주의적 작업
문학에 있어서 구조주의적 작업도 동일하다. 어떤 단편 소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좋은 지와 나쁜 지에 관해서 평을 내리는 것은 구조주의적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서사 전개나 인물 형상화가 어떻게 그 소설을 구성하는 이야기 얼개가 되는 지 살펴보는 것은 구조주의 작업에 속한다. 또한 수많은 소설들을 통해서 그러한 구조성을 점검하는 것 역시 구조주의 작업이다.
구조주의 작업에서 집중하는 것은 같은 종류의 항목들을 조작하는 구조들에 대해 살피는 것이다. 구조주의자들은 개별적 건물이나 문학작품에는 관심이 없다. 이러한 점은 인간 경험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행동과 생산적 토대로써 인간 과학의 토대가 된다. 따라서 구조주의는 하나의 학문이라 보기는 어렵다. 인간 경험을 체계화시키는 하나의 방법론이자 언어학,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등의 모든 학문과의 연계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3. 두 가지 층
구조주의에서는 이 세계를 두 가지 층으로 구분 짓고 있다. 첫째는 보이지 층이고, 둘째는 보이지 않는 층이다. 전자는 표면 형상들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일상생활에서 관찰될 수 있는 모든 대상과 행동방식, 행동들을 포괄한다. 후자는 보이지 않는 구조 속에 이루어진 세계이다. 이때에 구조들은 모든 표면 현상들의 근거와 토대가 되어 우리의 표면 현상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영어를 구성하는 수많은 낱말들은 그 발음에 따라 수백만개의 발화를 낳는다. 하지만 내면에 존재하는 하나의 구조 때문에 영어에서 나타내는 표면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수백 개의 채소들이 있지만 우리가 내면의 구조 안에서 ‘채소’로 구분지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의사소통을 지배하는 구조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내재된 구조로 인해서 집단과 집단 사이를 구분지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구조 때문에 우리는 ‘채소’와 ‘돌’을 다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표면 현상들이 넘쳐나지만 그것들을 구조화, 집단화 시키는 내면의 구조들은 그보다 적다.
4. 구조주의자
구조주의자들은 구조란 인간의 정신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보았다. 인간의 정신은 구조화된 기제가 된다. 즉,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의 실서는 우리가 부여한 세계의 질서가 된다. 세계에 존재하는 구조들은 먼저 지각한 다음,그를 바탕으로 세계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각하고 있는 세계의 구조들은 선천적으로 인간 정신에 있는 구조물이고, 그 구조들을 세계에 투사함으로 세계를 보게 되는 것이다. 실제의 현실은 존재하나 현실을 구성하는 너무나도 많은 사실들은 지각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래서 그 사실들을 조직하는 개념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개념적 체계들 그리고 그 체계들의 구조들을 연구하는 구조주의는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인간 정신의 구조들의 구조와 맞닿아 있기에 인류에 대한 과학이라 말할 수 있다.
구조주의에서 구조란 물질적인 실체가 아니다. 구조는 그러한 물질적 실체를 조직하고 이해를 돕는 개념적 체계이다. 구조는 세 가지 특성을 가지게 된다. 첫째는 전체성이고, 둘째는 변형이며 셋째는 자기 규제이다.
첫째인 전체성은 체계 자체가 하나의 단위가 되는 것을 말한다. 체계 속 개별 항목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합쳐져서 새로운 것이 된다. 예를 들어 수소와 산소는 합쳐져서 물이 된다.
둘째인 변형은 체계의 정적이지 않는 속성을 뜻한다. 체계는 하나의 구조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구조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언어 속에 있는 기본 요소들은 구조 속에서 변형을 걸쳐 새로운 발화를 만들어낸다.
셋째인 자기규제는 변형이 체계라는 구조 속에서 하나의 구조가 되지만 그 변형이 구조 자체를 넘어서지는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변형으로 야기된 새로운 요소들로 항상 체계 속에서 체계의 법칙을 따른다.
‘개가 즐겁게 달린다’라는 문장은 언어체계 속 구성 요소들의 집합이다. 우리는 개, 즐겁게, 달린다 라고 분리된 상태에서도 언어체계의 규칙으로 인해 문장을 만들 수 있다.
5. 구조언어학
구조 언어학은 페르디앙 드 소쉬르의 연구에서 시작된 학문이다. 하지만 초반에는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50년대 후반에 그의 연구가 영어로 번역되면서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통시적으로 연구되었던 구조언어학은 공시적 영역까지 연구의 확장을 이룬다.
통시적 관점에서는 낱말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낱말이 상징하는 사물을 모방한다고 보았다. 소쉬르는 언어란 제 각각 변화해 온 개별 낱말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낱말들 사이의 관계로 이루어 하나의 구조체계라고 보았다. 따라서 언어를 이해함에 있어서 공시적 관점에서 파악한 체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언어를 이해함에 있어서 공시적 관점에서 파악한 체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주의 역시 같은 곳을 보고 있다. 언어의 기원을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 근거 짓는 규칙과 그 기능을 좌우하는 규칙을 탐구한다.
소쉬르는 언어의 구조를 ‘랑그’로, 사람들이 말할 때 생겨나는 개별 발화들을 ‘파롤’이라고 규정지었다. 즉, 랑그는 보편적인 언어 구조이고, 파롤은 말할 때 생겨나는 개별 발화를 연구하는 것이다. 부산말을 쓰는 사람과 서울말을 쓰는 사람이 언어적 소통을 할 때 크게 문제가 없다. 이때에 두 사람은 공통된 랑그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랑그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라 하여도 상황에 따라 다른 억양과 뉘앙스로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생긴다. 이것은 파롤 때문이다. 구조주의자들은 랑그에 더 집중한다. 구조주의자들이 파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파롤로 인해 랑그가 드러나는 경우로 제한된다.
소쉬르는 구성 요소들은 어떠한 단위 속에서 작동한다고 보았다. 이 요소들은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하고 있고 우리는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통해서 인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모든 물체가 같은 색이라면 빨강, 파랑, 초록이라는 말들은 불필요해진다. 색들의 차이가 있기에 우리는 빨강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빨강과 파랑의 차이를 통해서 빨강을 인지하게 된다. 구조주의에서 인간의 정신은 상반된 것들의 관계 속에서, 이항대립적 관계 속에서 차이를 가장 쉽게 이해하게 된다. 남성의 반대 개념으로 여성을 이해하게 되고, 악의 반대 개념으로 선을 이해하게 되고, 흰색의 반대 개념으로 검정색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소쉬르는 더 나아가 언어는 기호라는 낱말로 구성되어 있고, 기호는 기표와 기의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동전의 양면처럼 소리 이미지인 기표와 그 기표가 가리키는 개념인 기의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낱말은 기표로만 되어 있지도, 기의로만 되어 있지도 않는 것이다. 소쉬르는 이런 기표와 기의의 관계는 자의적인 관계라고 말했다. 책이라는 개념이 영어인 ‘book’이나 불어인 ‘lirer’인 다른 소리 이미지로 나타난 것처럼 기표와 기의의 관계는 사회적 관습의 결과물인 것이다. 실제하는 책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기의로써 존재한다. 그리고 사회의 언어적 관습에 따라 서로 다른 기표로 나타난다. 기표라는 소리 이미지가 가리키는 것이 실제 하는 사물이 아닌 머릿속에서 존재하는 개념인 것은 구조주의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인간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속에 있는 개념적 체계라는 구조가 있고 그 구조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언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를 통해서 집단의 사고체계가 전수된다. 헌국어를 쓰는 인간은 한국어라는 정신에 내재된 언어구조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영어라는 언어체계를 가진 사람이 새로운 언어체계인 한국어를 배우게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새롭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어에서는 눈의 형태, 질감, 눈이 내리는 상황에 따라 ‘싸릿 눈’,함박눈’, ‘진눈깨비’짓눈깨비’ 등으로 다양하게 기표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언어에 담긴 특정 양상들에 주목하고, 그 언어가 형성되는 구조들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는 언어의 구조주의적 관찰을 할 수 있게 된다.
6. 구조인류학
구조 인류학은 50년대 후반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창안한 학문이다. 레비스토로스는 다양한 문화의 발화들이 있지만 인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구조 인류학은 그 공통분모라는 인류의 공통의 구조를 연구하는 과정이 된다. 인류는 다양한 형태와 모습으로 문화적 발화들을 보여주지만 그 문화적 발화들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레비스 토로스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신화였다. 여러 문화권에서 다양한 형태의 신화들이 관찰되지만 그 신화들은 하나의 신화에서 파생된 판본이라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유사한 신화들의 모습들은 그 형성 과정에서 투영된 공통된 구조가 있음을 보여준다. 구조적 유사성은 문화적 경계를 넘나 든다.예를 들어 레비스트로스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통해서 여러 문화권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남, 여의 성적 결합으로 인간이 태어난다는 사실이 많은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대지의 자식’이라는 개념과 오이디푸스에서 테베의 조상인 스파르 토이가 땅에서 솟아 나왔다는 설정과 맞닿아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것은 사실 차원의 지식과 신화적 믿음이 오이디푸스 신화에 구현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이러한 현상들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나온 수많은 신화들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들이 있음을 알게 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신화를 이루는 구성단위를 신화소라고 하였다. 하나의 신화소는 둘 이상의 개념들 사이에서 관계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문장과 유사하다. 레비스트로스의 정의에 따르면 신화를 이루는 신화소에는 둘 이상의 관계가 나타나는 데, 레비스트로스는 다발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리고 하나의 신화소는 다발들의 변형과 이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괴물을 처 지하는 영웅’이라는 신화소에는 무수히 다양한 영웅들의 모습과 다양한 괴물들의 모습들이 존재한다. 또한 다양한 이유들을 통해서 서사가 진행이 된다. 이러한 신화에 대한 구조주의적 분석들을 통해서 서사가 진행이 된다. 이러한 신화에 대한 구조주의적 분석은 문학의 구조를 연구하는 것과 밀접하다. 신화가 가지는 서사성과 신화소가 가지는 서사 양식 때문이다.
7. 기호학
구조 인류학이 주조 주의의 통찰을 인간 문화 전반에 대한 비교 연구에 적용시킨 것처럼 기호학은 구조주의의 통찰을 기호 체계에 적용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기호체계는 언어적, 비언어적 대상과 행위의 집합을 뜻한다. 즉, 기호학은 언어적이고 비언어적인 대상과 행위들이 우리에게 무언가 전달하고자 할 때 어떤 식으로 상징적 차원에서 작용하는지를 살피는 연구이다. 문학적 측면에서 기호학은 문학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규칙, 장치, 형식 요소 등과 같은 문학적 관습들에 관심을 갖는다.
롤랑 바르트의 기호학적 분석을 통해서 그 특징들을 알 수 있다. 바르트는 프로레스링은 하나의 기호체계로 볼 수 있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서 프로레슬링은 특별한 목적을 지닌 하나의 언어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프로레슬링이 가지는 목적은 선과 악이 갈리는 상황에서 정의가 승리하는 상황을 연출함으로 관중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을 뜻한다. 선수들이 바뀌어도 이러한 구조는 동일하게 적용이 된다. 경기 안에서 선수들은 각각 ‘좋은 놈’과 ‘나쁜 놈’으로 구별되고, 모든 경기는 악을 제압하는 선의 승리로 끝이 나게 된다.
바르트는 이러한 프로레슬링 경기가 고대 그리스의 극장에서 펼쳐지던 장관과 닮아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둘은 고통과 절망과 같은 감정들과 승리의 기쁨과 같은 감정들이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연기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프로레슬링 경기를 통해서 수많은 기호체계를 읽어낼 수 있는데, 레슬러들의 이름, 체격, 복장, 링 안에서 벌어지는 신체 언어들이 이에 해당이 된다. 이때에 프로레슬링의 목적은 더 나은 레슬러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선과 악의 구도 속에서 관중들에게 구경거리를 선사하는 데에 있다.
기호학적 분석의 토대가 되는 이론적 개념은 언어적 개념이다. 이 언어적 개념은 언어 기호학에서 살펴봤듯이 기호이며 기표와 기의의 결합체이다. 하지만 기호학에서는 기표의 범위를 확장시켜서 사물, 몸짓, 행동, 소리, 이미지 등까지 포함시킨다. 즉, 감각으로 지각 가능한 모든 것이 기표가 된다.
이러한 기표와 기의의 결합체인 기호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지표이고, 둘째는 도상이며 셋째는 상징이다. 이때에 기호학의 연구대상은 상징으로 국한된다.
첫째로 지표는 기표와 기의가 구체적인 인과관계로 맺어진 기호를 뜻한다. 예를 들어 문을 두드리는 것은 누군가가 거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기가 나는 것은 불이 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인과관계로 얽힌 관계를 지표라고 한다.
둘째로 도상은 기표와 기의 사이의 물리적 유사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의 자화상이 실제로 그 대상과 유사할 경우 물리적 유사성에 의해 그 자화상은 도상이 된다.
셋째로 상징은 기표와 기의의 관계가 자연스럽지고 않고 필연적이지 않은 다는 특징을 가진다. 상징은 둘 사이의 관계가 공동체의 관습 혹은 일부 집단의 동의로써 결정된다는 점에서 자의적인 성격을 갖는 기호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십자가’는 특정 공동체 안에서는 부활을 의미하지만 그렇지 않는 공동체에서는 그 의미가 드러나지 않는다. 또 한국에서 너무 오랫동안 산 나무는 마을 공동체 안에서 신성한 존재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볼 수 없는 동의이기도 하다.
문학작품을 통해서 이 세 가지의 특징을 살펴보자면 창문에 입김이 서리는 것은 날씨가 추워졌다는 것을 알리는 지표가 된다. 그리고 그 서리가 낀 유리창을 찍은 사진은 겨울에 대한 도상이 된다. 그러나 정지용의 <유리창>이라는 시 속에서 유리창에 낀 입김은 단절에 대한 상징이 된다. 그러므로 기호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지만 상징만이 기호학에서 해석의 대상이 된다. 겨울에 입김이 나는 것은 단순한 사실이다. 겨울에 서리가 낀 유리창 역시 물리적 유사성을 담은 사실관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관계 속에서 집단적 차원의 합의가 없다면 상징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기호체계와 상징적 기능을 따로 떼어 내어 분석하는 것은 기호학의 임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호학자들은 분석 대상이 된 사물과 행동들이 그 밖의 수행을 한다 할지라도 상징적 내용을 담고 있는 한도 내에서 관심을 보인다.
레스토랑의 메뉴에서 기호학적 분석을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메뉴판에서 얻을 수 있는 사실들 예컨대 식품군에 관한 정보들, 메뉴의 이름을 적은 말들 외에 얻을 수 있는 비언어적인 메시지이다. 비언어적인 메시지란 메뉴판의 색깔, 크기 , 장식,글자체, 여백 크기, 빈 공간의 총합과 분포도, 가격, 요리 이름, 상징적 가치를 지니는 음식들의 부재와 같은 기호들을 검토할 때에 얻어지는 것을 뜻한다. 즉, 어떠한 메뉴에서 비언어적으로 읽히는 메시지란 ‘여전히 신의 존재를 믿고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사과파이의 맛을 기억하는 애국심 넘치는 미국인 여러분, 이곳에서의 근사한 식사로 가족의 소중한 가치를 생각하며 축복을 누리세요’라는 식을 뜻한다.
따라서 기호학자에게는 광고, 메뉴판의 메뉴, 문학장르 등 모든 것이 기호가 될 수 있다. 모든 인간 문화는 ‘읽히기’를 기다리는 텍스트이며 주고 주의는 문화를 읽어 내는 데 필요한 이론 체계를 제공한다.
8. 구조주의와 문학
문학 장르에서 구조주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학이란 언어로 이루어진 언어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문학 속의 언어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인간 정신을 파악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인간의 정신을 구조화하는 기제가 존재하고 있고 문학은 그 핵심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스스로에게 세계를 해명하려는 것은 무질서 속에서 의미를 찾는 과정이 되고, 문학은 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문학이라는 학문과 구조주의의 분석 방법론 사이에는 상당한 유사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문학과 구조주의에 관한 접근법에서 중요한 개념은 서사이다. 구조주의 비평에서 대부분 서사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문학 역시 서사에 기반한 예술장르이기 때문이다. 언뜻 한정적인 범위로 보일 수 있으나 서사는 단순한 형식의 신화와 고대의 구전으로 전해져 온 민담부터 오늘날의 포스트모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글쓰기 형식들까지 포함시키는 복잡하고 장대한 영역이다. 연극과 시 같은 경우도 서사로 분류되지 않아도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서사적 차원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광범위하고, 플롯과 배경과 인물 유형과 같은 구조적 특징을 지닌 서사는 구조주의 비평의 비옥한 토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구조주의 안에서 개별 텍스트의 의미는 텍스트 자체가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데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텍스트를 해석하고 질을 평가하는 문제는 표면 현상의 영역이자 파롤의 영역이기에 구조주의 비평의 영역이 아니게 된다. 구조주의는 문학 텍스트의 랑그인 텍스트들 사이에서 의미를 가지게 하는 구조에 집중한다. 구조주의가 관심을 가지는 영역은 그 개별 텍스트가 지니는 문학적 가치나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있다. 독자반응 비평 역시 텍스트가 어떻게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독자반응 비평의 최종 목표가 독자의 경험을 이해하는 데에 있기에 차이를 보인다. 구조주의 비평은 랑그 수준에서 존재하는 인간 경험의 심층구조를 이해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문학의 구조와 인간 인식 구조 사이의 관련성을 숙고함으로 의식 본연에 있는 구조들을 인간의 모든 경험과 행동, 생산 등과 연계시키는 보편적인 과학을 추구한다.
9. 문학 장르의 구조
장르에 대한 구조주의적 접근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노스럽 프라이의 이론이다. 프라이가 제시한 신화의 이론은 서구 문학 전통의 근간이 되는 구조 원리를 탐색하는 장르 이론이다. 프라이는 신화를 구조화하는 네 가지 서사 양식을 가리켜 ‘뮈토스’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뮈토스는 문학 장르 속에서 희극, 로맨스, 비극, 아이러니와 풍자라는 네 가지 장르의 근간이 되는 구조 원리를 뜻한다.
프라이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 부류로 나뉘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이상 세계에 대한 묘사 속에 상상력을 담아내는 부류이고, 둘째는 현실 세계에 대한 묘사 속에 상상력을 담아내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현실 세계보다 더 나은 곳으로 이상 세계가 존재하고, 그 속에 순진무구함과 풍요로움, 충족감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라이는 이 세계를 ‘여름의 뮈토스’라고 말하며 로맨스 장르와 결합시킨다. 즉, 여름의 뮈토스인 로맨스의 세계는 모험의 세계이자 성공적인 편력으로 가득한 세계이다. 이 세계 속에서는 용감하고 고결한 영웅이 등장하고, 아름다운 처녀와 함께 악당의 위협을 이겨 내고 그들의 목적을 달성한다. 토마스 말로리 경의 <아서 왕의 죽음>과 존 번연의 <천로역정>,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같은 작품들이 여름의 뮈토스에 해당된다.
이와 반대되는 세계로 ‘겨울의 뮈토스’가 있다. 이 세계는 현실 세계를 토대로 하고 있으며 불확실성과 실패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프라이는 아이러니와 풍자라는 장르와 결합시킨다. 아이러니는 비극의 눈으로 바라보는 현실 세계이자 주인공이 수수께끼와도 같은 삶의 복잡적 양상으로 인해 패배를 경험하는 세계이다. 이때에 주인공은 행복을 꿈꾸어도 행복을 얻지 못한다. 영웅이 되고자 해도 영웅이 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기에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태풍>,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이 이에 해당된다.
풍자는 희극에 기반한 현실 세계를 의미한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과도함 그리고 부조화를 토대로 이루어진 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인간의 허약함을 조롱하고 무자비한 유머를 보여준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속 남북전쟁 전 미국 남부의 악습을 풍자하는 대목은 부분적으로 속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나머지 두 개의 뮈토스의 세계는 앞선 두 개의 뮈토스가 보여준 이상 세계와 현실세계라는 단일 세계에 기반하는 모습과 다르게 한쪽 세계에서 다른 쪽의 세계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때에 비극은 이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의 이행을 보여주고, 희극은 현실 세계에서 이상 세계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자의 경우 순진무구함에서 경험으로 나가는 모양이고, 여름의 뮈토스에서 겨울의 뮈토스로의 이행 과정을 보여준다. 비극에서 등장하는 영웅은 로맨스 속의 영웅과 같이 우월한 존재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나 현실 세계로 추락해버리는 존재이다. 이 과정에서 상실과 패배를 경험한다. 소포클래스의 <오이디푸스 왕>,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오셸로>그리고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있다.
후자의 경운 봄의 뮈토스라 불리며 주인공은 악당들의 위협을 받고 현실 세계의 어려움을 직면하지만 반전을 통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을 손에 넣게 된다. 이때에 악당들은 로맨스의 악당과는 다르게 익살스럽고 터무니없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대부분의 희극에서는 주인공이 냉혹한 현실 세계를 떠나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고 인정 넘치는 온화한 허구적 공간으로 떠나는 결말을 맞이한다. 대표작으로는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등이 있다.
프라이는 기본 플롯을 편력의 구조라고 보았으며 그 편력에는 네 가지의 구성 요소가 있다고 보았다. 대립과 파국과 무질서와 혼란과 그리고 승리이다. 대립은 로맨스의 기본 요소이자 영웅이 방해물을 맞닥뜨릴 때에 나타나는 환상적 모험들을 통해서 전개가 된다. 파국은 비극의 기본 요소로서 영웅의 몰락을 의미한다. 무질서와 혼란은 아이러니와 풍자의 기본 요소로서 무질서와 혼란이 장악한 상황과 어떠한 행동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을 필수 전제로 한다. 승리는 희극의 기본 요소로서 주인공과 주인공의 연인이 어떤 식이든 새로운 사회 질서 속에서 중심적인 존재가 되는 내용이다.
프라이는 어떤 부분에서든 편력 공식의 일부를 재해석하지 않은 서사란 없기에 모든 서사가 구조적으로 관련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원형 비평을 통해서 이러한 서사 양식들 속에서 반복되는 양상들을 분석하였다. 이때에 원형은 반복되는 어떤 이미지나 인물 유형, 플롯 공식, 행동 양식 등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하나의 원형은 모형으로서 인간이 낳은 종교, 신화, 문학, 꿈, 사회적 의례 속에서 다양한 판본으로 나타나게 된다. 프라이는 이런 원형 비평을 통해서 서구 문학 전통의 근간이 되는 구조 원리를 탐색한다고 말했다.
근간이 되는 구조를 파악하는 또 다른 방법은 양식의 이론이다. 프라이는 주인공의 역량에 따라 다섯 가지의 양식을 분류했다. 인간과 환경보다 우월함, 인간과 환경이 정도에 따라 우월함, 인간보다는 정도에 따라 우월하지만 환경보다는 우월하지 않음, 어느 쪽보다도 우월하지 않음, 어느 쪽에도 열 등 함이다.프라이의 분류는 대부분의 문학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과 희극과 사실주의가 같은 항에서 묶겼다는 점에서 지적을 받게 된다. 로버트 스콜스는 프라이와 다른 분류를 내놓게 된다. 인간과 환경보다 우월함, 인간보다는 우월하지만 환경보다는 우월하지 않음, 인간과 환경 모두와 대등함, 인간과 환경 모두에 대해 열등함, 어느 쪽에도 열 등 함이다.
10. 서사(학)의 구조
구조주의적 서사 분석은 문학 텍스트들의 내적 ‘작동’을 상세한 부분까지 검토함으로써 텍스트의 서사 작용을 지배하는 근본적인 구조적 단위나 기능을 발견하려는 작업이다. 오늘날에는 서사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상당수의 문학비평이 구조주의적 접근법을 따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그레마스와 츠베탕 토로 로프 그리고 제라르 주네트의 작업이 있다.
그레마스는 두 쌍의 배치로 구조화된 세계를 이해하고 있다. ‘사랑의 반대는 증오’와 같이 ‘A의 반대는 B이다’와 ‘사랑의 부정은 사랑의 부재’와 같이 ‘A의 부정 은 B의 부정’이라는 식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때의 부정은 존재하지만 비존재로 기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항대립의 기본 구조가 우리의 언어와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서사를 형상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본 구조는 서사 안에서 갈등과 해소, 투쟁과 화해, 분리와 통합과 같은 플롯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플롯 공식을 행위소인 등장인물의 기능에 따라 실행된다. 서사 속에서 구조주의의 기본 토대는 이항대립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나의 인물이 두 개 이상의 행위소를 보여준다. 한 인물이 영웅과 악당이라는 두 개의 행위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여러 인물이 하나의 행위소로 귀결되기도 하고, 플롯 안에서 하나의 행위소에서 다른 행위소로 옮겨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토도로프는 그레마스와 비슷한 서사의 구조적 단위에 집중했으나 그가 품사와 문장과 단락 속에서 품사의 위치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하나의 명제는 더 이상 축약될 수 없는 어떤 행동이나 속성을 한 사람의 등장인물과 결합시킴으로 형성된다. 또 하나의 시퀀스는 명제들이 하나로 결합된 것으로 형성된다. 시퀀스는 속성, 행동, 속성이라는 순서로 진행된다. 토도로프의 구조체계는 세분화된다. 어떤 행동이나 속의 부재인 부정과 어떤 행동이나 속성이 갖는 정도의 차이인 비교와 어떤 행동이나 속성이 열망, 두려움의 대상이 되거나 뜻하지 않게 실현되는 행동 또는 속성의 조건으로 양식이다. 그레마스와 토도로프는 방대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각자의 이론 체계를 구축했고, 그와 동시에 이론체계를 다시 방대한 자료들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주네트는 서사로 포괄된 개념들을 세 가지 층위로 나누었다. 이야기, 서사, 서술 행위이다. 이야기는 사건들이 등장인물에게 순서대로 내용을 제시한다. 이때에 사건들의 실제 발생 순서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서사는 지면에 인쇄된 실제의 말들을 뜻한다. 독자는 서사를 통해서 이야기와 서술 행위를 이해할 수 있다. 서사는 서술 행위를 수행하는 화자에 의해 생산된다. 서술 행위는 어떤 수신자가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서사를 생산하는 행위이다.
11. 문학 해석의 구조
조너선 컬러에 의하면 문학 텍스트의 창작과 해석을 모두 지배하는 구조 체계는 규칙과 약호의 체계이다. 이때의 규칙과 약호는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고 대부분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거리두기와 몰개성의 관심, 자연화, 의미화 규칙, 은유의 일관성에 관한 규칙, 주제의 통일성에 관한 규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규칙과 약호들로 구성된 구조체계인 랑그를 검토한다는 점에서 독자반응 비평과 다른 지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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